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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어멍의 고통과 행복
 
지난 주 콩쿠르를 진행하느라 고생했던 직원들과 함께 성수동 일대를 무려 40분간 배회했습니다. 간지 나는 식당을 찾으려고요. 오늘 날씨는 궁창의 꼭지가 터졌는지, 하나님이 파란치마로 갈아 입으셨는지, 그것도 아니면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누보 레알리즘의 화가 이브 클라인이 ‘인디고 블루’가 가득 담긴 페인트 통을 엎어버렸는지... 얼마나 파랗고 파란지 모릅니다.

걷는 게 지쳐 대충 들어간 곳은 ‘사진창고’라는 기별 난 가게였습니다. 빛바랜 회색 시멘트 사방 벽을 지나, 안쪽이 컴컴한 유리문을 빼꼼 열고 머리 한쪽만 슬쩍 넣었을 때는 사진 몇점만 보였습니다. 잘못 들어왔나 싶어 그냥 나왔죠. 직원들이 사진창고가 식당도 겸하는 것 같다 해서 다시 들어갔습니다. 식당이 맞았습니다. 사진전시를 겸하고 있는 식당이더군요. 맛있게 먹었습니다.
 
밥을 한술 뜨고 사진 한 점 보고... 다시 한술 뜨고 사진을 바라보았습니다. 온통 제주 해녀 사진입니다. 아마 작가가 제주도 여행중에 찍거나 제주도 출신인지라 추억을 담고자 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잠시 바깥에 별도로 설치된 측간을 다녀오면서 담벼락에 쓰여진 영어 문구 하나를 발견하고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Happiness of Pain’ ‘고통의 행복’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의역하면 ‘행복한 고통’입니다. 맞나요?

다시 들어와 해녀의 물질과 창끝으로 전복을 잡는 물속 풍광, 전복을 채집한 후 태왁과 그물, 구덕 바구니를 끌고나오는 모습, 은가루를 뿌린 듯 일렁이는 바닷물껍질 등 다양한 모습이 그제서야 제대로 들어왔습니다. 사진작가 이정석은 해녀의 이 모습을 무슨 의도로 담았을까 천천히 해석해보았습니다.

오호라! 해녀어멍(어머니), 해녀어머니들의 삶은 시지푸스의 삶이었습니다. 그저 밥먹고 커피 한잔 마시고 가면 그만인 그런 식당이 아니었습니다. 아름다우니 밥먹을 때 미소지으며 감상깨나 하고 나가라는 단순한 전시회가 아니라는 거죠.
‘물질’을 끝내고 전복을 따 ‘구덕’에 담아 해녀의 등에 지고 가는 그 모습은 바위를 끌고 산위를 올라가야 하는 우리들의 ‘등짐’입니다. 오늘 딴 전복을 바구니에 채우고 그 전복을 팔아 내일 일용할 양식을 구하면, 그 빈 바구니를 들고 다시 바다로 뛰어들어야 합니다. 시지푸스가 산에 오르면 제우스가 떨어뜨린 바위를 다시 산으로 밀어올려야 하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반복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그동안 홍보용으로 보아왔던 사진들은 대부분 해녀가 웃는 사진들입니다. 그러나 여기 사진창고에는 웃는 사진은 단 한 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잔주름이 빗살무늬 토기처럼 묵묵히 그어진 굳은 표정입니다. 태왁을 잡고 숨비소리를 내 뿜는 사진도, 전복을 가득채운 구덕을 안고서도 웃지 않았습니다. 왜 그런지 강문신의 함박눈 태왁을 읽고 조금은 이해했습니다.
 
신묘년 새 아침을 서귀포가 길을 낸다
적설량 첫 발자국 새연교 넘어갈 때
함박눈 바다 한가운데 태왁 하나 떠 있었네

 
이런 날 이 날씨에 어쩌자고 물에 드셨나
아들놈 등록금을 못 채우신 가슴인가
풀어도 풀리지 않는 물에도 풀리지 않는

 
새해맞이 며칠간은 좀 쉬려 했었는데
그 생각 그 머자도 참으로 죄스러운
먼 세월 역류로 아눈 저 몰속의, 울 엄마

 
해녀어멍을 둔 시인의 한스런 시입니다. 가정을 이끌고 자식 농사를 위해 매일매일 ‘거룩하고 위대한’ 물질을 쉬지 않았습니다. 고통스러워 얼굴은 주름졌지만 마음속은 자식에 대한 기대 때문에 행복했을 겁니다. 행복한 고통, Happiness of Pain!  하여, 세상의 모든 부모들의 표정이 이 사진창고에 다 담겨있었습니다.
제주도 사람들은 해녀들에게 ‘태왁에 돌아올 정도만 물속에 들어가라’고 합니다. 물밖으로 다시 돌아와 숨비소리를 뿜을 만큼만 잠수하라는 말이지요. 전복을 많이 채취할 욕심으로 너무 오랫동안 물속에 잠겨있으면 숨쉬기 위해 돌아올 시간이 부족해 위험천만입니다. 그 망망대해속 태왁 하나에 의지하는 것은 해녀들을 뛰어넘는, 우리들의 숙명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요? 국량껏 챙겨야 하는 능력 이상의 욕심을 내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혹시, 내일도 지겨운 일을 해야만 하나요? 당신 말입니다. 용기가 부족해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괜찮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말입니다. 인생이란 전세 아니면 월세라는데, 태왁에 돌아올 만큼만 양식을 따는 것도 ‘바다를 통째로 즐기는’ 방법일 수 있으니까요. 밥 한끼 먹었지만 밥보다 더 많은 감동의 스토리, 제주도 해녀어멍과 참 많은 대화를 하고 나왔습니다.
 
발행인 김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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