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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쿠르 입상을 못해 속상해요

콩쿠르 입상을 못해 속상해요
‘우리 아이 잘 쳤는데, 왜 상을 주지 않는냐’는 항의


“김 사장,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엊그제 콩쿠르가 끝났는데 속상해서 전화했어. 한 원장님이 학생 대여섯 명을 콩쿠르에 참석시키더라고. 고마운 일이죠. 수많은 콩쿠르들이 학생모집이 되지 않아 취소하는 판인데, 우리 콩쿠르에 학생들을 많이 보내 준 것은 정말 감사한 일 아니야? 그런데 콩쿠르가 끝난 후 원장님이 갑자기 표변하더니 버럭 화를 내며 따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무슨 일인가 싶었습니다. 남산 숲속 둘레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어느 협회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콩쿠르에 학생들을 내보냈던 원장 한 분이 너무 심한 어거지를 부린다는 사연이었습니다.
“본인이 보낸 학생들 모두 동상만 받았다는 거야. ‘이럴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 분을 특별히 미워할 만한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심사위원들이 그분 제자들을 특별히 콕 찍어 빈손으로 돌아가도록 한 것도 아니에요.”
그 원장의 항의인 즉, 콩쿠르 심사위원이 엉터리이거나 우리 학원 아이들만 주지 않기로 작당한 게 틀림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본인이 직접 촬영한 동영상을 보내줄 테니 다시 봐달라며 부득부득 주장했습니다. 협회장은 동영상을 받아 다시 심시위원에게 넘겨주고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두번 봐도 점수를 줄 수 없을 정도’라는 답신이 왔습니다. 이 결과를 다시 통보하자 이번에는 그 심사위원 전화번호를 달라고 생떼를 씁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엉터리 콩쿠르’라고 항의하니 참 답답한 것이지요. 대회장은 아직도 이런 원장님들이 많다며 한숨을 내쉽니다.
‘상을 달다’며 끈덕지게 요구하는 그 원장에게 결국 대회장은 한마디 했답니다. ‘심사위원이나 콩쿠르의 신뢰를 따지기 전에 우선 5명이 되는 아이들을 그 정도로 가르친 강사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고 정중하게 답했습니다. 원장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간접적으로 ‘강사의 실력 문제’를 거론한 겁니다. 그래도 끝내 옥신각신한 끝에 표창을 던지듯 세치 혀를 휘두르다 끊어버렸답니다.

‘다신 당신 콩쿠르에 내보내지 않아.’
자신을 돌아보기 보다 심사위원 부터 탓하는 태도
 
그러나 이 항의가 먹히던 시절이 있었고 아직도 효과를 발휘하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 학생을 몇 명 보내줄 테니 최소한 특정한 몇 개의 상 정도는 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거래입니다. 콩쿠르 사업이 회사운영의 막대한 수입이라면 원장 한 사람 한사람의 요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노릇입니다. 특정한 단체를 지적할 수 없고 어디까지나 ‘설’이며 ‘추정’입니다. 예전에는 이런 일들이 왕왕 있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30년 이상 운영해온 이 콩쿠르 회사는 그런 식으로 운영하지는 않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최종 점수를 확인하고 현장에서 시상내역까지 일일이 확인하는데 어느 특정한 원장의 제자들을 시상에서 배제해달라거나 꼭 입상시켜 달라거나 하는 요구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저에게 전화를 한 협회장이 화가 난 것은 상을 달라고 요구하는 분들이 한두 분이 아니고 여전히 많다는데 있습니다. 본인이 가르치는 실력에 대해 반성하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뒤돌아보지 않고, 우선 점수를 낮게 평가한 콩쿠르업체나 심사위원들을 탓하곤 합니다. 특히나 학부모 앞에서 큰 소리를 쳐야만 체면이 서는지 유독 극력 항의합니다. 이는 두 가지 점에서 큰 교육 악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의 싹을 자르는 결과 낳을 수 있어
첫째는 양심에 관한 문제입니다. 올바른 평가에 대한 승복을 전제로 하는 콩쿠르경연대회에서 한두 명도 아니고 다섯 명 이상의 심사위원들이 평가할 때는 근거는 분명히 ‘엄존한 평가’입니다. 당일 참여한 모든 어린이, 또는 학생들을 동일한 조건 속에서 절대평가를 받습니다. 그런데도 자기 학생이 입상할 만한 절대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을 승복하지 않습니다. 이 공정한 평가를 무시하고 다른 학생이야 어찌되었든 내 학생만 특별히 상을 달라는 후한 무치의 비양심적인 행위입니다. 즉 원장 스스로의 ‘도덕성’에 큰 문제가 있습니다. 비단 콩쿠르 문제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에 걸쳐 지극히 오만하고 고집불통의 해결방식을 구사할 가능성이 농후한 분이죠. 일종의 사회 악입니다.
둘째는 자라나는 싹을 일찌감치 썩게 만듭니다. 아직 실력이 이르지 못한 아이에게 헛된 상을 주면 그 상이 진정 자신의 실력인 줄 잘못 알게 돼 음악을 배우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거나 부풀려진 성적은 ‘잘못됐다고 요구조차 할 수 없는’ 입시나 국제콩쿠르 등에서 풍선 터지듯 밑바닥이 드러나게 됩니다. 잘못된 교사에게 잘못 받아온 교육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되지 않는 상인데 원장님이 강력히 요구해서 수상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면, 아이들은 그릇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이면 무엇이든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겁니다.

콩쿠르의 변화를 인지하고 레슨법도 고쳐야
콩쿠르에서 가장 흔하게 항의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악보대로 한음도 틀리지 않고 연주했다.’ ‘테크닉도 뛰어난데 왜 점수를 낮게 주느냐.’ 또 ‘빠르기말과 악상기호 그대로 틀림없이 연주했다’, 뭐 그런 주장들입니다. 그러나 요즘의 평가는 음을 틀리지 않고 악보대로만 연주한다고 실력을 인정해주는 낡은 평가시대가 아니죠. 그런 방법은 구닥다리식 고전 평가입니다. 요즘 어린이들은 악보대로 치는 것, 테크닉은 기본이고 그 이상을 뛰어넘는 음악성, 해석, 설득력까지 점수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아니 음표 한두 개 틀리고 건너 뛰는 것으로 평가하지는 않는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공통적인 답변입니다.
정말 억울하겠지만 다섯 명 모두 만족할 만한 상을 타지 못했다면 자신의 레슨법에 문제가 없는지 뒤돌아봐야 합니다. 또 콩쿠르 내보낼 때마다 만만한 콩쿠르에서 미리 거래를 허거나, 끝난 뒤에 항의하는 식으로 아이들에게 상을 주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원장이 직접 가르치지 않고 강사의 레슨에 의존할 때는, 강사의 실력에 따라 입상 여부가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예전에는 입상을 잘했다면 그것은 그 강사가 잘 가르친 것일 게고 최근 들어 입상실력이 부진하다면 지금 가르치는 강사의 레슨법에 문제가 있을지 모릅니다. 이런 식의 점검이 필요합니다.

학부모를 두려워하지 않는 원장의 자부심 필요
“정말 씁쓸하더라고. 콩쿠르 40년 이면 지금 학생들을 내보내는 학부모들도 저희 콩쿠르에 참여했을 거예요.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아직도 이런 원장님들이 많다는 게 슬프죠. 어거지로 입상한 아이들이 정말 잘 성장할까? 부득불 자기 욕망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항의하는 원장님들에게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 요즘 학원이 다들 어렵다지만 솔직히 이런 분들은 그 지역에 사는 미래 어린이들을 위해 빨리 문을 닫아야 합니다.”
자신의 의도와 맞지 않는,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는 상대방에게서만 문제를 찾으려고 한다면 그 문제는 영원히 해결되지 않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상대방을 의심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종국에는 ‘나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자기 비판적 시각도 가져야 합니다.
그런 열린 마음을 가져야 자신의 레슨법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 발견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도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객관적으로 알게 됩니다. 아이가 입상에서 떨어지면 학부모들에게 당장 면이 서지 않아 부끄럽다거나, 학생이 콩쿠르에 입상하지 못하면 부모가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입상을 해도 떠날 학생은 떠난다는 게 원장들의 이구동성입니다. ‘이제 입상했으니 그만 다녀도 된다’는 것이죠. 어떻게 해도 학원을 그만두지 않을 학생은 그만두지 않습니다. 이런 원장으로서의 자부심과 확신, 긍지를 갖는다면 콩쿠르 때문에 조급해하지 않을 것이고 조급해지지 않을 때 ‘아 나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아이들 콩쿠르 입상 때문에 걱정 근심하는 원장님들, 이제부터 ‘어차피 떠날 학생은 떠나고 남는 학생은 남는다‘는 마음으로 콩쿠르에 임하면 어떨까요?

글 발행인 김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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