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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기에 아름답다

덧없기에 아름답다 
 
한바탕 장대비가 쏟아지더니 잠깐 그칩니다. 그 틈을 타 포크레인의 거대한 쇠갈퀴가 걸리버 여행기의 거인이 밥숟갈 뜨듯 봉분을 푹 퍼냅니다. 두어 번 떠내자 제법 편편하게 굳은 땅, 민둥한 무덤 밑바닥이 드러납니다. 35년이 흘렀지만 그래도 조부(祖父)의 유골 형태는 조금이라도 남아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남아있는 흔적은 머리 뒷부분과 고관절의 시커먼 뼈 조각뿐이었습니다.
“여기 좀 보세요. 이 분은 여성분이었나 보죠? 비녀만 남았습니다. 맞죠?”
또다른 무덤을 검시하듯 헤집던 인부가 그럽니다. 이 무덤은 내가 태어나기 전 70년전에 작고하신 할머니의 봉분입니다. 70년 전 당시에는 무덤에 흙을 푸던 사람들의 술렁거림과 통곡이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때 그 사람들의 목소리도, 할머니의 육신과 뼈도 흔적도 없이 흙으로 돌아갔습니다. 인생이 덧없다더니, 한줌 흙도 남아있지 않은 두 노인의 무덤이 ‘그래 맞다’며 확인시켜 줍니다. 남은 것이라곤 부패한 냄새를 실은 오늘의 바람과 끊임없이 무덤 아래로 흐르는 날실 같은 물줄기들과 습한 기운. 이들만이 두 노인이 썩어 사라졌다, 증언합니다. 
 
“구름의 속성이란 모양 색조 자세 배열을
한순간도 되풀이하지 않는 것
아무것도 기억할 의무가 없기에
사뿐히 현실을 지나치고
아무것도 증언할 필요없기에
곧바로 사방으로 흩어져버리네.
......
인류여, 원한다면 계속해서 존재하라
그 다음엔 처례차례 죽는 일만 남았으니
구름에겐
이 모든 것이
조금도 낯설거나 이상스럽지 않다네.“ 
 
35년 전에 묻힌 할아버지와 70년 전에 소천하신 할머니의 유골을 화장한 뒤 공원묘지에 이장하기 위해 파묘(破墓)했을 때 흔적 없이 사라진 두 분의 육신을 확인하고 시인 비스와나 쉼보르스카야의 시 ‘구름’이 그려졌습니다. 곧바로 사라지는 구름 같은 덧없는 인생, 그런 싯구 말입니다.
그러나 인생이란 저 구름처럼 덧없이 사라지기에 아름다운 게 아닐까요? 구름, 꽃, 비, 가족, 사랑, 그리움 등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사라집니다. 안타까운 미련 때문에 불면의 밤을 지새우지만 결국은 사라지기에 아름답습니다. 플라스틱으로, 종이로 만든 조화가 진정 아름답다 말할 수 없겠죠. 결국 비틀어져 말라 사라질 운명이기에 활짝 핀 꽃들이 그리도 아름다운 것, 그렇죠? 
 
위대한 작곡가들은 세상의 모든 ‘사라지는 것들’이 아름답다는 사실과 함께, 그들이 사라지면서 남긴 슬픔과 그리움 같은 감정 또한 아름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슬픔과 그리운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는 것을 천성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바로 ‘작곡가’입니다.
유골함을 공원묘지로 옮기는 동안 말러의 작품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와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를 생각했습니다.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는 19세기 독일 낭만파 시인 뤼케르트의 시를 읽고 구스타프 말러가 작곡한 연가곡입니다. 시인이 실제 자신의 아이를 잃은 뒤 그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절제하며 쓴 시입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내고 싶을 만큼 신을 원망하면서 칼끝처럼 날카로운 목소리로 절규하고 싶은 게 아비의 심정이겠지만 그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라벨은 불과 22살의 어린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어린 공주 마르가리타(Infanta Margarita Teresa, 1651-73)를 음악에 품었습니다. 스페인 공주 마르가리타는 아버지 펠리페 4세와 화가 벨라스케스의 사랑(마르가리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 ‘시녀들’을 그린 화가)을 흠뻑 받고 자랐습니다. 라벨은 그 어린 공주가 춤추었던 스페인 궁정무곡 ‘파반느’를 생각하며 작곡했겠죠.
그래서일까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는 제목처럼 우울하지 않습니다. 살아있을 때의 추억을 그린 내용이니까요. 라벨은 이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전 시대 스페인 궁전에서 춤을 추었을 어느 어린 왕녀를 위한 기억’이라고 작곡 동기를 밝혔습니다. 옛 무곡 형식인 파반느 리듬을 따라 감각적이지만 몽환적이지 않고 멜랑콜리보다 노스탈지어에 가까운 분위기로 5분여 동안 진행되는 조용한 피아노곡입니다. 
 
사라진 것들, 그리운 것들이 아름답지만 말러는 한걸음 더 나아가 덧없이 사라졌으나 ‘다시 태어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는데 주목했습니다. 애벌레가 성충을 거쳐 나비로 다시 태어나고, 꽃이 진다 해도 봄이면 다시 피어나는 우주의 섭리에 감탄했습니다. 그런 깨달음이 있었기에 그는 위대한 교향곡 ‘부활’(Symphony No. 2 Resurrection)을 남겼습니다.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은 인생을 강하게 긍정하며 살다간 거인은 죽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리고 교향곡 2번 ‘부활’ 1악장은 그 거인의 장례식을 치르는 모습이 등장합니다. 2악장은 그 거인이 살았던 일생, 한 순간의 빛과도 같은 아름다운 삶을 회고하는 내용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회상도 잠시, 3악장에서는 우리가 현실에서 부딪는 수많은 혼란과 황폐한 삶으로 돌아오고야 맙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그악스러운 고난 속에서 ‘사랑의 신’이 비추는 찬란한 ‘근원의 빛’을 발견합니다. 할렐루야!
4악장에서는 마침내 신의 존재를 깨닫고 ‘나는 신에게서 왔으니 신에게로 돌아가리라’는 고백이 이어지고 마지막 5악장에서 심판의 날, 분노의 날을 거치며 우리는 마침내 ‘부활’을 맞습니다. ‘땅이 진동하고 무덤이 열리고 죽은 자들이 일어나면서’ 심판의 무시무시한 광경이 펼쳐지죠.
드디어 우리는 환희의 노래를 부릅니다. ‘부활하리라, 부활하리라. 보라 이제 심판은 없다. 죄도 없고 정의도 없다. 어떤 것도 위대하지 않으며, 어떤 것도 작지 않다. 징벌도 없으며 보상도 없다. 오직 압도적인 사랑만이 우리 존재를 비출 뿐이다.’ 이 기막힌 마래를 믿고 오늘을 찬양하라는 마지막 외침은 감동 그 자체입니다.
“오 믿으라. 나의 마음이여. 그대는 아무 것도 잃지 않으리라! 그대의 것은 그대의 것. 그대가 본 것, 그대가 사랑한 것, 그대가 맞서 싸운 것. 오 믿으라. 그대는 헛되이 태어나지 않았다. 그대의 삶과 고통은 결코 헛되지 않나니...”
우리는 부활하기에 구름처럼 스러지는 삶일지라도 ‘결코 헛되지 않는다’는 말러의 역설입니다. 
 
공원묘지의 ‘추모의 집’에 두 분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인터넷 ‘멜론’에서 말러의 ‘부활’을 검색해 감상했습니다. 친척집에 잠시 들러 아름다운 꽃들, 오늘 따라 더욱 아름다운 꽃들도 필름에 담았습니다. 수국과 다알리아, 참나리, 수많은 벌들의 휴식처 ‘배롱나무꽃’, 접시꽃...  ‘나’라는 육신도 역시 머지않아 구름처럼 덧없이 사라질 것이기에 아름답고, 나를 그리워하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기에 이 꽃 이상으로 아름다우리라 믿습니다. 나아가 다시 부활할 것을 확신하기에 말러의 곡 이상으로 나는  아름답습니다. 말러는 ‘그 마음을 믿으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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