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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르

학원운영에 지친 이들을 위한 팡파르

보잘 것 없는 꽃이 강인한 마음을 상징한다고?
"쥐똥나무다. 꽃향기 한번 맡아봐라. 냄새가 아주 진하고 좋아?“
봄인지 여름인지 긴가민가한 5월 말, 결혼식장에 가기 위해 천안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도착했습니다. 천안에서 가장 먼저 반겨준 친구는 쥐똥나무. 동창 한 명이 킁킁 거리며 앙바틈하게 벌어진 쥐똥나무 꽃 숲에 코를 콕 처박고 있었습니다. 작은 고추가 맴다는 말은 있지만 꽃에도 그런 독한 종자가 있습니다. 이 꽃이 그럽니다. 냄새가 얼마나 향기로운지 옥시토신이 분비되면서 향기를 맡은 친구들은 물론, 전혀 낯모르는 이들도 금세 어우렁더우렁 할 것 같습니다. 이토록 값진 향기건만 이름은 영 아니올씨다죠. ‘시어머니밑씻개’(시어머니가 밑 닦다 가시에 찔리기를 바라는 시집살이 며느리의 증오가 담긴 들꽃) 같은 야릇한 이름보다야 낫지만, 허다한 예쁜 이름 버리고 하필 ‘쥐똥나무’라니...이름이 좀 더럽잖아요. 덩치는 애벌레 찢고나온 배추나비처럼 작지만 그 향기는 들소처럼 큽니다. 꽃이 진 후 열매가 ‘쥐똥처럼 까맣다’ 해서 쥐똥나무랍니다. 꽃말은 ‘강인한 마음’이라죠? 왜 강인한 마음인지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한강변의 사람들, 쥐똥나무처럼 평범한 이들

이튿날 오랜만에 망중한을 즐겼습니다. 약 4시간 가량 자전거를 타고 옥수동에서 구리시까지 달렸으니 꽤나 많이 달린 거죠. 다리에 쥐(쥐똥나무 탓일까?)가 나 두세 번 휴식을 취하다 문득 ‘동작 그만’ 상태에서 무수리 같은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어떤 이는 한강다리 밑에서 명상을 하고 있고, 또 어떤 이는 낚시를 즐깁니다. 깊은 포옹을 하는 연인들, 자전거로 열을 지으며 저리 비켜라 외치는 동호회, 운동기구와 씨름하는 노인들, 유모차를 끌고나온 어린 부부들, 텐트를 뒤로 하고 석양을 감상하는 하얀 허벅지 커플들... 굉음을 내며 연을 날리는 연족들... 모두 보통사람들이었습니다. 시민들이었습니다.
왜 그런지 몰라도 이 모든 사람들이 한강변을 장식하는 하얀 ‘쥐똥나무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들 중에 누가 얼마나 위대하고 훌륭한 이들이 섞여있는지 몰라도, 토요일 이 시간에 이런 여유를 갖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은 보통사람들, 쥐똥나무처럼 화려하지 않은 검박한 꽃들임에 틀림없습니다. 잘난 사람들이 이런 공공장소에서 놀 리가 없으니까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결코 누추해 보이지 않은 검이불루(儉而不陋)의 하얀 웃음꽃, 포옹을 하고 나뒹글어도, 아무리 화려하게 치장해도 결코 볼썽사납거나 사치스럽지 않은 화이불치(華而不侈)의 하얀 꽃, 모두가 표나지 않은 염담무욕(恬淡無慾)의 쥐똥나무 꽃들이었습니다.

 
원로교향악단의 원로 연주자와 쥐똥나무

한강에서 본 보통 사람들만 쥐똥나무가 아니었습니다. 전날 밤 연주회 두 탕을 뛰었습니다. 7시부터 시작된 렉처콘서트와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한국원로교항악단의 연주였습니다. 청주 예식장을 다녀온 후 두 공연을 모두 감상하느라 무척 힘에 부쳤습니다. 입시생을 위한 렉처콘서트가 열린 곳은 세라믹팰리스입니다. 홀 벽면이 온통 도자기로 장식된 특이한 공연장입니다. 허겁지겁 도착했지만 어찌 사장이 여유로운 태도를 잊겠습니까? 공연장 외벽을 덮은 도자기 더미를 미술작품 감상하듯 뒷짐 지고 고개가 아프도록 바라보았습니다. 갑자기 아침에 본 쥐똥나무가 생각났습니다. 하나 하나로 따지면 별 것도 아닌 ‘도자기꽃’이 벽면을 온통 덮어버리자 거대한 물결이 되었습니다. 위대한 무색무취의 보통 도자기입니다.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펼친 원로교향악단의 단원들은 대부분 70대가 많습니다. 젊을 때는 장미처럼 화려했지만, 이제는 시들어 인기를 누리거나 누가 특별히 알아주는 존재가 아닌 쥐똥나무 같은 사람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함께 연주하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향기를 우려냈습니다. 이들과 함께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의 꽃을 피운 주인공은 피아니스트 강소연이었습니다. 결코 화려하지 않은 피아니스트, 결코 내가 최고라고 자랑하지 않는 화이불치의 피아니스트, 그가 강소연입니다.

불안을 떨치고 마음 비우면 오히려 향기 가득

살다보면 성장이 지체 된 것 같아 자신의 처지를 두고 비관적일 때가 있습니다. 그날이 오늘일 수 있습니다. 언제 성공하지? 앞으로 내가 일하고 있는 직장은 어떻게 될까? 아이들은 자꾸 줄어드는데 내가 하는 학원사업은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을까? 이렇게 궁상 떨다가 죽을 수는 없는데 언제 남보란 듯이 크게 돈 좀 벌까? 정말 최고의 아티스트라 돼야 하는데 벌써 내 나이가 이렇게 많다니... 등등 뭔가 이루지 못한 꿈들 때문에 ‘오늘을’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쥐똥나무꽃은 우리처럼 이루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고민하거나, 뭔가를 향해 조급하게 성취하려는 사람들에게 그 진한 향기로 말해줍니다. ‘마음을 비우라고...’ 자신을 하얗게 비울 때,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향기가 그 작은 꽃낭에 담기는 법. 비워야 채워지는 이치입니다. 쥐똥나무의 교훈을 이해할 때 꽃말 ‘강인한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장미처럼 화려하고 크지 않지만 마음을 하얗게 비웠기애 장미보다 수십배의 향기로 온갖 벌들을 유혹합니다.
아시나요? 알고 보면 한강변의 하얀 향초같은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새로운 대통령을 만들었고요. 한물 간 연주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훌륭한 원로연주자들은 육체는 시들었어도 쥐똥나무처럼 웅장한 화음을 연출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쥐똥나무꽃의 꿀을 따낸 피아니스트 강소연. 그야말로 쥐똥나무꽃의 가치를 알고 협연한 참다운 피아니스트였습니다.

아론 코플랜드의 우리를 위한 팡파르

지금 걱정되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가 있는 그 자리에서 오늘 최선을 다할 때 쥐똥나무처럼 강한 향기를 발향(發香)한답니다. 많은 예술가들은 일찍이 세상을 움직이는 존재는 보통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예술로 승화했습니다. 존 레논을 비롯 수많은 반전가수들이 있지만 클래식 작품도 있습니다. 아론 코플랜드의 ‘보통사람을 위한 팡파르’가 그 작품입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죽어간 미국의 젊은 청년들, 그저 보통사람인 그들을 위해 코플랜드가 눈물을 흘리며 작곡한 작품입니다. 세상에 우뚝 선 성공자는 아니어도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한 우리 모두는 팡파르를 받을 만한 충분한 존재입니다. ‘되는 일이 없다’ 생각되면 저 쥐똥나무 안에 숨겨진 팡파르를 기억하세요. 앉은 자리에서 남과 경쟁하지 않고 불꽃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꽃. 우리는 쥐똥나무입니다.
 
발행인 김종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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