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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교육계뉴스
작성자 밍밍트리오
작성일 2018-10-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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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0  ㆍ조회: 191      
|고은영의 음악칼럼| 음악의 온도, 연주의 온도

고은영의 음악칼럼
 
음악의 온도, 연주의 온도
 
음악에서 감흥을 느끼는 것은 어떤 부분일까. 연주자들은 좋은 연주를 위하여 어떤 노력을 할까? 청중에게 들리는 것은 기본적으로 음정, 박자, 다이나믹이다. 그런 요소들이 통합되어 멜로디와 화성의 아름다움으로 혹은 템포와 다이나믹에 따른 심장박동으로 가슴에 울림을 남길 것이다. 때로는 맑은 풍경소리 같은, 때로는 커다란 보신각 종소리 같은 울림을.
음표, 쉼표, 박자표, 셈여림 표시 등 음악을 이루는 가장 바탕이 되는 요소들은 사실 악보에 다 있다. 그러나 가장 음악적인 부분은 악보에 없는 부분이다. 프레이즈를 어떻게 연결하고 호흡할 것인지. 스타카토와 테누토를 어느 정도로 표현할 것인지. 쉼표에서는 들숨으로 표현할 것인지 날숨으로 표현할 것인지, 중후한 음색은 첼로의 소리를, 돌체(dolce)의 부드러움 앞에선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부드러운 티라미수 케이크 등을 떠올리며 건반의 터치를 통한 매 순간의 소리를 연주자들은 고민한다. 같은 음악도 연주자의 표현에 따라 다른 음악이 되기 때문이다. 시를 대할 때 줄줄 읽어 내려갈 때와 호흡을 갖고 음미하며 읽을 때가 다른 것처럼. 때로는 말의 내용보다 말의 온도에 상처받는 것처럼.
말의 온도. 작가 이기주는 ‘언어의 온도’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말을 하는 방법은 연주의 방법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가. 말을 할 때에는 어떻게 말할 것인가. 이미 악보에 나와 있는 말들을 ‘어떻게 말하느냐(표현하느냐)’ 하는 것은 연주자의 해석이요,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는 감정의 절제라 할 수 있다. 악보에서 흔히 보이는 악상기호 f(포르테)와 p(피아노)가 절대적인 소리의 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악 안에서 상대적인 표현의 방식임을 이해해야 한다. 같은 베토벤 소나타를 놓고도 어느 연주자의 연주는 고지식하고 딱딱하게 들리지만 어느 연주자의 연주는 낭만적인 느낌이 드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다른 음을 연주하거나 다른 리듬으로 연주하지 않더라도 같은 음악이 다르게 들리는 이유, 그것이 표현방식의 차이이며 ‘연주의 온도’의 차이다.
사실 말해야 하는 것과 말하지 않아야 하는 것, 이것은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상대와 많은 것을 같이 하고 싶어하고 상대에게 많이 주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정말 사랑한다면 주고 싶은 것을 주는 것보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100개의 즐거움보다 한 개의 슬픔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앙상블 연주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조화’가 중요하다. 각자 자기 파트를 잘하는 것만큼이나 두 대의 피아노가 주고받는 호흡이 중요하다. 연주의 시작과 끝, 매 순간의 박자와 리듬이 맞아야 하고 두 대의 피아노는 늘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한 파트가 멜로디를 연주할 때 다른 파트는 철저히 배경이 되어줘야 한다. 그 멜로디가 다른 파트에서 반복될 때에는 다른 노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철저히 같은 언어로 연주해야 한다. 서로의 음악적 해석을 존중하고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앙상블은 나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는 연주이다. 나만 드러내는 음악이 아니라 둘이 함께일 때 더욱 빛나는 음악이어야 한다. 내가 독주보다 앙상블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것이다. 싱글의 화려함보다 커플의 사랑스러움을 닮은 앙상블은 독주보다 훨씬 인간적이지 않은가!
작곡가를 떠나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심플한 음악이다. 거대한 포르티시모로 청중을 압도하기보다, 현란한 템포로 좌중을 흔들기보다 소리 자체에 아름다움이 흐르는 음악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특별히 능력이 뛰어나거나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매 순간 진실함이 묻어나는 사람이 좋다.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은 사람,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 관계에 있어서는 앙상블처럼 이야기를 들려줄 줄도 알고 들어줄 줄도 알고 기다릴 줄도 알고 끌어줄 줄도 알아야 한다.

연주자의 입장에서 연주는 어떤 음악을 내 음악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악보를 세세히 살피고 악보를 통째로 내 머릿속에 저장하며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음악은 나의 음악으로 자리 잡는다. 김춘수 시인의 표현처럼 비로소 내게 와 꽃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연주에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피아노를 잘 친다는 판단이나 평가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연주자들의 연주에 대한 고민은 거기에 있다고 하겠다. 그 감동이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가 나무, 꽃, 바다, 하늘 앞에 발걸음을 멈추고 위대한 예술품을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이유는 단 하나, 자신만의 향기를 내뿜기 때문이다. 연주자에게 있어서 그 향기란 바로 자신만의 음악의 온도를 정하고 그것을 청중에게 전하는 일이 아닐까!
 
고은영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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