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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밍밍트리오
작성일 2018-10-04 11:31
ㆍ조회: 390      
|On Air| 제27회 성정 전국음악콩쿠르 대상 테너 손지훈


On Air

서서히 차츰차츰 음악과 세상으로 물들고픈 성악가
제27회 성정 전국음악콩쿠르 대상
테너 손지훈


지난 8월 28일, 국내에서 새로운 예술계 스타가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성정전국음악콩쿠르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테너 손지훈. 총 7개의 부문 중 특히나 성악부분이 대상을 수상한 건 1999년도 이후 19년 만에 이룬 쾌거인지라, 더욱더 그의 수상 소식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21살이란 다소 늦은 나이에 성악을 시작했지만, 그 끝에서 만난 시작은 창대했다. 학동역 부근의 카페에서 마주한 그와의 대화는, 앞으로 성악계에서 그가 얼마나 주목받을지를 확인할 수 있던 순간이 되기도 했다. 그의 곧은 첫인상을 바라보자니, 앞으로 그가 표현할 음악도 점점 궁금해졌다.

20년 만에 나온 성악부분 대상, 크게 이룬 쾌거

성정전국음악콩쿠르는 총 일곱 개 부문(성악,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으로 나누어 치러지는데, 이번 콩쿠르는 1,152명이 참가하는 대성황을 이루었다. 테너 손지훈은 이번 콩쿠르에서 한국가곡인 하대응의 ‘산’과 S. Rachmaninoff의 Не пой, красавица, при мне(Don’t sing, my beauty, in front of me), G.Donizetti의 Povero Ernesto Cerchero lontana terra(from Opera ‘Don Pasquale’) 총 세곡으로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는 특히나 처음이 아닌 네 번째 도전한 성정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았기에 더 감회가 새롭다고 이야기한다.
“2011년도 한예종 입학 후 성정에 도전했는데, 예선에서 탈락했습니다. 2013년도랑 2017년도에는 은상을 수상했어요. 그래서인지 이번 도전은 반드시 1등을 해야겠다라는 마음보다는 몇 년 동안 고집해오던 음악적인 레퍼토리를 무대를 통해 바꿔보고 싶은 생각이 컸습니다. 기존 레퍼토리 스타일은 베르디 스타일의 음악이었다면 도니제티 스타일인 벨칸토 쪽으로 좀 더 학구적으로 바꿔보고 싶어 도전했죠.”
그는 본인이 몇 년간 고집해오던 레퍼토리를 버리고 실력을 점검받고 싶어 다시 성정에 당당히 도전장을 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욱 몰입해 편하게 노래에 집중했고,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무엇보다 본선 경연 때 부르는 아리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거든요. 물론 다른 악기도 마찬가지겠지만 성악은 연습실에서와 무대에서 성악가 본인에게 오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무대에서의 그런 공명과 울림에 대한 대비에 좀 더 신경을 썼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심사위원들은 이번 손지훈의 무대 중 라흐마니노프의 Don’t sing, my beauty, in front of me에 대한 해석에 호평했다.
“연주가 끝나고 제가 들은 평 중의 하나는 러시아 가곡인 라흐마니노프의 연주가 좋았다는 이야기였어요. 연주자만의 음악적 해석도 중요하지만 말 그대로 ‘클래식’이란 고전을 뜻하잖아요. 그래서 그만큼 100년 전 좋은 가수가 이 노래를 불렀을 당시 상황과 100년이 지난 후에 이 노래가 연주될 때의 느낌도 굉장히 비슷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대의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야 하죠. 그게 클래식이잖아요.”
이와 관련 이영조 심사위원장은 “손지훈 군의 연주는 작곡가의 의도와 악보에 충실히 몰입해 원곡에 가까운 느낌으로 곡을 해석한 점이 돋보였다”고 전했다.

늦게 시작했기에 더욱더 매몰차게 공부했던 대학시절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성악을 전공하려고 준비한 게 아니라 20살이 넘어 본격적으로 성악을 공부한 케이스다.
“20살 때 경영학과에 입학했어요. 저희 집은 사돈의 팔촌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없습니다.(웃음) 그렇게 평범하게 경영학전공으로 학교에 다녔는데, 제가 성가대로 섬기던 교회 지휘자님이 저의 목소리가 좋다면서 성악을 취미로 배워보라고 권유해 주셨어요.”
하지만 그는 중학교 때부터 가요를 흥얼거리고 노래를 좋아하며 또래의 아이들과 비슷한 대중가수의 꿈을 품었던 적도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부분이라 판단하고 생각을 접었다.
“늦었지만, 그래도 시험은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21살이던 10월에 한예종 시험에 합격한 후 22살부터 다시 처음인 1학년으로 돌아가서 성악을 시작하였습니다.”
기본기가 부족함은 물론, 늦게 시작했기에 남들보다 두세 배 더 노력해야 했던 그인지라 입학 후 레퍼토리를 가장 심도 있게 공부했다.
“사실 입학하고 나서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동기들은 이미 중·고등학교 때 불러봤던 레퍼토리들을 저는 처음 안 작품인 경우가 진짜 많았거든요.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래도 제가 피아노를 10년 정도 배웠기 때문에, 직접 피아노 앞에서 한 음씩 한 소절씩 연습하면서 조금 빨리 배울 수 있었던 점인 것 같아요.”
그의 처음은 성악을 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늦었던 터라 많이 힘들었지만, 3학년 때 학교 오페라페스티벌 중 오페라 ‘마술피리’의 주역을 따내며 학과에 이름을 알렸고, 이후에도 파파로티 성악콩쿠르 전체대상, 세일한국가곡콩쿠르 1위, 한국성악가협회 국제성악콩쿠르 1위 등에 입상하며 일찍이 그 재능을 인정받는다.

테크닉보다 내면적 고민으로 다가가고파

그가 이번 대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포인트는 무엇이었을까?
“클래식을 저의 관점에서 생각했을 때, 아리아 속 남자주인공들의 감정은 뭐랄까, 정말 단순한 것 같아요. 현대에서는 감정이라는 게 좀 더 구체화되어있지만, 옛날 작품들은 정말 기쁘거나 슬프거나의 테두리 안에서 모든 세세한 감정을 나누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항상 작품을 부를 때 꼭 내가 부르는 이 곡이 기쁜 얘기를 하는 건지 슬픈 얘기를 하는 건지를 파악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세세한 감정선을 표현하고, 따라가려고 노력하고요.”
이렇게 생각하고 임했던 그이지만, 테크닉적인 부분과 음악성에 대한 부분은 계속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번에도 사실 온전히 몰입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 부분 지나서 바로 뒷부분에 고음이 나오는데 내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하고. 지나고 나면 이번 프레이즈 좋았던 것 같아, 혹은 호흡이 조금 짧았어, 등등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속적인 무대를 통해 앞으로는 조금 더 가사에 소리를 녹여서 테크닉적인 고민보다는 음악 안에 그 인물이 함께인 것처럼 표현하는 내면적 고민을 끈임없이 하고 싶습니다.”
그 후 은사님 이야기를 묻자 손지훈은 양희준 교수의 이야기를 꺼내며, 양 교수에게서 성악가로서의 자질을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교수님은 항상 무대를 진중하게 대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무대에서의 자신감이 교만이나 건방짐으로 비치지 않도록 꼭 주의를 주셨죠.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손짓을 많이 사용하거나 과장된 표현을 삼갔어요. 매 무대는 소중하기에 저에게 그 속에서 진중함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알려주셨습니다.”

무대 위 기 싸움에서 내 자신을 이겨내야

이처럼 테크닉과 음악성, 그리고 무대 매너까지 두루두루 신경 쓰는 그가 무대에 설 때, 혹은 연주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심하거나 신경 쓰는 부분은 어디일까.
“가장 중요한 건 컨디션입니다. 성악가에게는 목 건강, 성대 건강이 정말 중요해요. 무대 전 날은 정말 필요한 만큼만 말하고, 공연 당일은 말을 많이 아낄 정도이고, 물을 많이 먹고 자극적인 음식도 안 먹죠. 사실 그런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가장 큰 것 같아요. 그다음에는 무대에 대한 마음가짐인데요. 무대와 저 자신의 기 싸움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리허설룸에서 대기하다가 무대에 나갈 때 그 ‘문’에 대해 정말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군인들 같은 경우도 전투에 나가기 직전엔 두렵고 긴장되지만 딱 입장하면서는 이겨야 하니까 지지 않으려고 다잡는 그 영역 말이죠. 연주자들도 그 문을 사이에 두고 마음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나가기 전엔 두려워도 막상 나가서는 온전히 즐기고 관객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무대를 아우를 수 있는 태도를 지녀야 하죠. 그래서 저에겐 이제 그 문과 사이를 두고 그 문을 깨고 새로운 세계를 여는 생각이 머릿속에 자주 맴돌 것 같습니다.”
새로운 세계라는 틀, 그 고민은 주변 감사한 사람들로부터 받은 많은 영감과 관계돼 있고, 손지훈은 그런 주변 좋은 사람들의 영향과 기운으로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
“콩쿠르 수상 이후 감사한 분들께 인사를 많이 드렸는데요. 지면을 빌어 세아이운형문화재단 박의숙 회장님께도 꼭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오페라 부문만 지원하는 재단입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故 이운형 회장님이 우리나라 오페라 발전을 위해서 힘쓰셨어요. 다른 재단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을 돕는 반면, 세아이운형문화재단은 재능 있고 하고자하는 친구들을 지원해주거든요. 재단 자체에서 연주기획도 하고요. 내년 3월에도 기획연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원 의도처럼 성악가에게 무대란 본인의 꿈을 실현시키는 가장 완벽한 자리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제 막 도약의 출발점에 선 테너 손지훈은 이번 콩쿠르 이후 제일 달라진 점은 자신의 마음가짐이라고 털어놓는다.
“1등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준비했을 때는 정작 마음처럼 되지 않았는데, 저를 테스트하고 무대에서 내가 준비한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점검하는 마음으로 임했을 땐 더 좋은 결과가 있었어요. 앞으로도 또 다른 무대에 설 때 목표한 결과를 이루는 것보다는 비로소 무대에서 연주할 때 공부하고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을 발견하고 키운 것 같아서 정말 행복합니다.”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힘주어 이야기하는 테너 손지훈. 그런 그의 하반기 일정은 노래가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길 바라는 그의 마음만큼 빼곡하다.
“연말에는 국립오페라단 ‘라보엠’ 조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 봄에 진행될 오페라 연습도 하고 있고요. 내년 3월에는 세아이운형문화재단 기획연주도 함께 앞두고 있습니다. 우선은 국내에서 좀 더 활동을 한 이후에 독일유학도 준비중이에요. 그곳에서 좀 더 넓은 식견으로 세상 사람들과 함께 부딪혀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목소리를 통해, 본인의 재능으로 언제 어디서든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테너 손지훈. 그의 날개는 이제 막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김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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