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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밍밍트리오
작성일 2018-10-04 11:19
ㆍ조회: 418      
|Music People| 아시아고아트홀 Vn.성현경 Vc.성현정 Cl.성현주 자매들이 상주음악가


Music People

소리의 결까지 느끼는 음악공간
아시아고뮤직페스티벌의 중심 '아시아고아트홀'
Vn.성현경 Vc.성현정 Cl.성현주 자매들이 상주음악가


이름이 특이했다. 아시아고라는 말은 이태리의 아시아고라는 지방을 알지 못하면 이름에서 묻어나는 동양적인 분위기를 잘못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그런 뜻이 아니다. 알고 보면 참 재미있는 아트홀이다.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연주자와 청중이 서로 진지하고 깊이 있게 호흡할 수 있는 장소는 여전히 클래식홀이다. 요즘이야 공공장소에서 클래식 버스킹도 하고, 하우스콘서트도 확산되고 있지만 연주자와 관객 모두에겐 오직 음악에만 몰입할 수 있는 무대가 필요하다.
문화예술이 발전하면서인지 SNS 등을 통해 새로운 클래식 인구가 유입되며 클래식을 향한 새로운 관심들이 늘어나서인지, 최근 들어 아티스트들과 가까이 호흡할 수 있는 소규모 홀이 많다. 예술의전당 근처만 해도 300여개 이상의 홀들이 산재해 있다.
개중 상업을 목적으로 이윤을 중시해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무대를 펼치는 홀이 있는가 하면, 아티스트와 관객과의 퀄리티를 중시하는 정통 홀을 지향하는 곳도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아시아고아트홀은 분명코 클래식 정통 홀이다. 2007년 개관했으니 벌써 1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아트홀마다 홀의 특징을 드러내는 이름을 간판으로 내걸곤 하는데, 앞서 언급한 대로 ‘아시아고아트홀’은 이름부터 특이하다. 윤혜숙 대표와 상주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첼리스트 성현정, 바이올리니스트 성현경, 클라리네티스트 성현주를 만나 흥미로운 대화를 펼쳐보았다. 성현정은 윤 대표의 큰딸, 성현경은 둘째, 그리고 성현주가 막내딸로서 아시아고아트홀은 가족이 함께 하는 홀이다.

‘아시아고 페스티벌’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아시아고가 무슨 뜻이냐고요? 아시아고(Asiago)는 이탈리아 북부 안데스 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이탈리아인들이 사랑하는 휴양지입니다. 도시 이름이에요.(웃음)”(첼리스트 성현정)
이탈리아의 도시명이 대한민국의 아트홀 이름이 됐다면 분명 사연이 있을게 분명하다. 무슨 연관이 있는지를 묻자 성현정이 그렇게 답한다. 윤 대표의 장녀인 성현정은 현재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국립음대 전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첼리스트다.
“1966년 이탈리아 아시아고에서 ‘아시아고 뮤직 페스티벌’이 처음 열렸습니다. 이 페스티벌은 이탈리아 최고의 치즈 회사 ‘BRAZZALE(브라짤레)’가 후원하는 축제인데 이 회사 없이는 역사가 이렇게 오래 이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BRAZZALE’는 아시아고 뮤직 페스티벌을 후원하고 있거든요.”
왜 이 치즈 회사는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음악회를 후원한 것일까? 우선 ‘아시아고’는 이탈리아의 휴양지이기도 하지만 치즈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아시아고’라는 지역명이 곧 치즈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음악회를 꾸준히 후원하기란 쉽지 않다. 후원을 한다 하더라도 경영자가 바뀌면 끊기는 일이 다반사인데 긴 세월 후원을 멈추지 않는 것은 대단한 사건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성현정은 특별한 사연을 들려준다.
1966년 오르가니스트 Fiorella Brazzale(피오렐라 브라짤레)가 귀족이자 부잣집에 시집을 가게 됐다. 그 집이 바로 세계적인 치즈 회사 ‘BRAZZALE’. 당시 ‘BRAZZALE’의 대표는 자신의 아내를 후원하기 위해 아시아고 뮤직 페스티벌을 열어 아내를 예술감독으로 추대했다. 다행히 축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런데 페스티벌 도중 ‘피오렐라 브라짤레’가 갑자기 사망했습니다. 피오렐라를 제외하곤 누구도 음악을 하지 않았고 모두 경영을 공부했거든요. 그래서 이 페스티벌을 누가 이어갈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가 되었는데 당시 아시아고 뮤직 페스티벌에 꾸준히 초청되었던 아티스트 중 피오렐라 브라짤레와 아주 막역한 분이 있었어요. 브라짤레 가족들과도 돈독했던 분이죠. 그가 20년 전부터 아시아고 뮤직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을 이어받아 지금까지도 페스티벌을 진행해오고 있는데... 음... 그게 바로 바로 제 남편인 첼리스트 율리우스 베르거예요. 이제 아셨죠?(웃음)”

이탈리아 ‘아시아고 페스티벌’이 한국에 오기까지

성현정은 독일에서 공부하는 동안 율리우스 베르거를 만나 결혼했다. 성현정의 어머니인 윤 대표는 아시아고 페스티벌에 방문하게 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 페스티벌을 통해 음악으로 치유되는 경험을 겪은 것이다. 어머니는 이 페스티벌을 한국으로 유치하고 이탈리아의 이름을 그대로 따 ‘아시아고 뮤직 페스티벌’을 출범한 것. 윤혜숙 대표는 지난 2007년, 서울 압구정동에 ‘아시아고아트홀’을 개관하고 ‘Asiago Festival in Korea’를 개막했다. 최초 페스티벌은 6월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간 이뤄졌다.
성현정과 성현경이 예술감독을 맡고, 성현주는 홍보와 기획 및 홀 운영과 페스티벌에 관한 전반적인 행정 업무를 담당했다.
“유학 당시 음악도 열심히 했지만 여러 페스티벌에 참가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이 홍보와 기획에 큰 도움이 됐어요. 기돈 크레머의 페스티벌에서는 실무진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성현주)
성현주 실장은 이 홀을 운영하는 데 있어 서양음악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유럽문화와 한국문화의 교류로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 내적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는 윤혜숙 대표의 신념에 따라 개관음악회에 국악과 클래식을 함께 선보여 음악애호가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음악을 사랑한 세 자매

아시아고아트홀을 든든히 받쳐주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는 역시 세 자매다. 각자 악기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묻자 서로를 바라보며 크게 웃는다.
“저희 셋 모두 시작은 피아노였는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현정 언니가 악기를 들고 다니더라고요. 그게 참 부러웠어요. 그래서 저도 무언가 들고 다닐 수 있는 악기를 배우고 싶다고 했죠. 어린 마음에 언니랑 같은 악기를 하고 싶진 않고, 그래서 바이올린을 골랐답니다.”(성현경)
“언니들이 다 악기를 하니까 저도 괜스레 하고 싶어 클라리넷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미술을 전공하신 어머니를 닮아 미술에도 소질이 있었는데 말이죠.”(성현주)
악기가 이 세 자매를 닮은 건지, 세 자매가 악기를 하다 보니 악기와 닮아진 건지, 자매는 목소리와 말투, 성격마저 각자의 악기와 똑 닮아 있다.
“어머니가 저희 성격에 맞게 악기를 잘 골라 주셨어요. 저희 세 자매가 나란히 음악을 전공하며 이렇게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된 것은 다 어머니의 지혜로운 교육관 덕분입니다.”(성현정)
이렇게 어머니로부터 평생 닳지 않을 귀한 선물을 받은 세 자매는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행복한 예술가의 삶을 살고 있다. 가장 먼저 음악의 길에 들어선 첼리스트 성현정은 독일 자브뤼켄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스위스 바젤 국립음대와 독일 마인츠 요하네스 구텐베르그 대학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독일 아우구스부르크 국립음대의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성현경은 한양대학교 음악대학(4년 장학생)을 졸업하고 독일 마인츠 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학내 최연소로 졸업했으며 귀국 후 21여 회의 독주회와 실내악, 앙상블 활동을 펼치며 안양대 겸임교수, 가천대 겸임교수, 예원학교, 서울예고, 선화예중·고, 계원예고, 인천예고에 출강하여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클라리네티스트 성현주는 독일 마인츠 국립음대 클라리넷, 아욱스부륵 국립음대 악기음악교육과를 졸업하였다. 이후 독일에서 앙상블, 연주 활동을 하며 기돈크레머의 로켄하우스페스티벌 기획팀, 슐로스 호퍼라우 아카데미 페스티벌의 음악회 기획 및 진행을 하였다.
귀국 후 연주활동과 함께 현재 아시아고아트홀 기획실장으로 홀의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시아고아트홀 윤혜숙 대표가 말하는 진짜 하우스콘서트의 의미

이탈리아의 아시아고 뮤직 페스티벌은 ‘페스티벌’이라는 이름 탓에 몇만 명씩 모이는 성대한 축제일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무대와 객석이 아주 가까운 소규모 홀에서 펼쳐진다. 관객들은 진정으로 연주자를 존경하며 연주자의 음악을 귀 기울여 듣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윤혜숙 대표는 이런 귀한 시간을 한국의 관객들에게도 선물하고 싶었고, 아시아고아트홀을 개관해 하우스콘서트를 시작한 것이다.
“유럽에서 경험했던 하우스콘서트는 그야말로 꿈만 같았습니다. 연주자와 정말 호흡하고, 가까이서 연주자의 음악에 심취할 수 있고, 또 청중들끼리도 소통이 되어 모두가 행복한 시간이었지요. 한국에서도 그런 하우스콘서트가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윤혜숙 대표)
그러나 윤혜숙 대표의 마음만큼 하우스콘서트는 결코 쉽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은 공간이더라도 연주자의 호흡을 느낄 수만 있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감상하는 유럽과 달리, 우리는 관객에게 ‘오셔서 자리를 채워주시니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실정이다.
“관객들은 연주보다도 부수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곤 하죠. 주차가 어떻다, 날씨가 어떻다, 교통이 어떻다 등등 핑계가 많습니다. 음악회는 음악이 주인이 되어야 하지요.”
윤 대표는 하우스콘서트의 참다운 의미를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실정을 잘 알고 있는 성현경은 ‘결국 이것은 음악에 대한 태도의 문제’라며 안타까워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은 SNS가 음악회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소규모 음악회의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하우스콘서트 참 좋다’는 소감을 SNS에 올리는가 하면, 이런저런 후기를 남기며 하우스콘서트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10년 전, 윤혜숙 대표가 그토록 원했던 ‘하우스콘서트’가 국내에서도 아주 조금씩 성취되고 있는 분위기다. 고품격 음악은, 품격 있는 홀과 품격 있는 연주자, 품격 있는 관객이 만날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연주자의 호흡, 첫 음을 누르는 그 시간의 감동을 오롯이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게 ‘아시아고아트홀’은 언제나 열려 있다.

김민지 사진 조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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